-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미랑 박사 연구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후성유전학적 변화 규명 - 성인의 약 40%가 앓고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에서 지방간→지방간염 악화 시 일어나는 보체 시스템 유전자의 DNA 메틸화 변화 밝혀 - 보체 시스템을 타겟으로 하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신약개발 가능성 제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미랑 박사 연구팀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악화하며 발생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밝혀내 신약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의 간 조직에서 DNA를 추출하고 DNA 메틸화 변화를 분석해 간 섬유증이 보체 시스템 유전자의 과메틸화나 저메틸화와 관련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팀 단체사진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가 발표한 ‘지방간과 당뇨병 통계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10명 중 4명이 지방간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활습관과 식습관에 주의가 필요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신약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할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노화융합연구단 김미랑 박사 연구팀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악화하면서 발생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밝혀내는 데 성공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타겟을 제시하고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쌓여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지방간에 걸릴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서도 지방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술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지방간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라고 하는데,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한 가지 병이라기보다 가벼운 지방간에서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에 이르는 다양한 질환을 포함한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흡연, 식습관, 운동 부족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관련이 깊고 비만 및 당뇨, 심혈관계질환, 신장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3월 승인된 레즈디프라 외에는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신약개발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후성유전(epigenetics)은 생물체가 주요 DNA 서열을 변경하지 않고도 유전자 발현과 같은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 환경 자극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후성유전의 핵심은 DNA 메틸화(DNA methylation)로 유전자 발현을 미세 조정하여 세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적절한 발생 분화를 촉진해 세포의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DNA의 특정 부분에서 메틸화 패턴을 분석하면 건강과 질병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와 기대 수명 추정도 가능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연구팀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과 함께 한국인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의 간 조직에서 DNA를 추출하고 DNA 메틸화 변화를 분석하여 간 섬유증이 보체 시스템(complement system) 유전자의 과메틸화나 저메틸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보체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집합체로, 보체시스템은 선천면역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체를 직접 공격하고 파괴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체가 면역반응을 넘어 염증 해소, 세포 사멸, 혈관 생성, 상처 치유, 줄기세포 활성화, 조직 복구 등 생리 과정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환자 106명의 생검 표본을 분석한 결과, 지방간염 샘플에서 두드러지게 DNA 메틸화와 보체 유전자 발현은 반비례 경향이 나타났다. 277개 DMP(Differentially methylated positions) 중 35개는 비례한 반면, 143개는 보체 유전자 발현과 역상관 관계를 보였다. 특히, 6개의 고메틸화 유전자(C1R, C1S, C3, C6, C4BPA, SERPING1)와 3개의 저메틸화 유전자(C5AR1, C7, CD59)가 포함되었는데, 이러한 메틸화 패턴은 간 지방증, 소엽 염증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체 유전자의 메틸화가 주로 지방간염 상태에 영향을 받으며 유전자 발현이 DNA 메틸화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연구책임자인 김미랑 박사는 “이번 연구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진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보체 시스템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라며 “이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진행의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표적 치료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라고 이번 연구성과의 의미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대한간학회가 발간하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IF 14.0) 10월호에 게재되었으며, (논문명 : DNA methylome analysis reveals epigenetic alteration of complement genes in advanced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 교신저자 : 생명연 김미랑,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김원 교수 / 제1저자 : 아말 마그디 UST KRIBB스쿨 석사, 생명연 김희진 박사)
용어 설명 1.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하며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관심질병통계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2만 8368명에서 2019년 9만 9616명으로 5년 새 251.2%나 증가하였으며, '지방간과 당뇨병 통계 2022'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지방간 유병률이 39.3%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무증상일 수 있지만, 방치하면 지방간염, 간경변증, 심지어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 그동안 음주와 관련 없이 간세포 내 지방이 침착되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AFL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의 질병명이 최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새롭게 개정되었다.
2. 후성유전학(Epigenetics) ◦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과 같은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후성유전학적 조절(epigenetic regulation)이란 DNA메틸화, 히스톤 변형(아세틸화, 인산화, 유비퀴틴화, 수모화), 염색질 구조변화 등 염기서열 변화 없이 유전자 활성조절을 통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 상태를 변형, 유지하고, 이를 자손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3.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 후성유전학의 대표 기전인 DNA 메틸화는 DNA 메틸 전이 효소에 의해 DNA의 사이토신 염기에 메틸기가 전이되는 정상 효소 반응으로 발생, X 염색체 비활성화, 유전체 각인, 기생성 외래 DNA 기능억제 등 정상 세포의 기능에 아주 중요한 기전이다. DNA 메틸화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이상조절현상은 암세포에서 흔히 관찰되는데, 암 억제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DNA 메틸화가 일어나면 그 발현이 억제됨으로써 발암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4. 보체(Complement) ◦ 보체는 선천성면역계에 속하는 한 부분으로, 생물의 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해 염증을 촉진하여 병원체의 세포막을 공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면역 작용과 식작용의 기능을 보완하는 물질을 가리킨다. 보체는 간에서 합성되고, 혈액에서 비활성 전구체로 순환하는 많은 작은 단백질로 구성된다. 여러 침투 요소가 발생해서 면역계를 자극할 때, 고전경로, 렉틴경로, 대체경로라는 세 가지 생화학적 경로를 통해 보체계가 활성화된다. 이 보체 활성화의 최종 결과는 외부 항원이나 손상된 세포 등을 제거하기 위한 대식세포의 자극, 대식세포를 유인하기 위한 염증 발생, 세포를 죽이는 막공격복합체를 활성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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